Login

선생님의 끈질긴 求愛 닫힌 마음 열다

김연주 기자 caro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5-22 08:34

세 살 때 부모 이혼, 중1 때 엄마 재혼, 폭행·절도죄 등으로 재판 4번, 전학 1번, 가출과 퇴학 위기….

성희재(19·서울)양의 학창 시절이다. 초등학교 시절 평범했던 여자아이는 중학교 1학년 때 엄마가 재혼하면서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사춘기가 시작되던 나이에 새 아빠, 새 형제들과 함께 살게 됐다. 방과 후 집에 가는 것이 싫었다. 성양의 스트레스와 불만은 폭력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진이 되기까지

성양은 중학생 때 친구들을 많이 때렸다. 3주간 가출해 길거리를 배회하고 다녔다. 남의 신용카드를 주워 1400만원을 긁고, 친구 집에 들어가 엄마 반지를 훔쳐 나오기도 했다. 일진(학교의 폭력 조직) 선배들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 어느 날 자기도 일진이 되어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친구와 치고받고 싸우다가 강제 전학을 갔다. 성양은 "스스로 생각해도 참 쓰레기같이 살았다"고 했다.

중학교 졸업 무렵, 친한 친구한테 성지고(서울 강서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일반 학교에서 적응을 못 하거나 문제를 일으켜 자퇴한 학생 등이 가는 대안학교라고 했다.

성지고에 입학해서도 성양의 생활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주에 한두 번꼴로 학교에 나갔다. 낮에는 쿨쿨 자다가 밤에 일어나 놀았다.

사고뭉치 일진이었던 성희재양(오른쪽)이 자기를 바뀌게 해준 김채경 교사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고, 손잡으며 예쁘다고 해주고, 칭찬하고 인정해주면 반드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김지호 객원기자 yaho@chosun.com
김 교사와 만남

성양이 2학년에 올라갈 때 김채경(39) 음악 교사가 성양의 담임을 맡겠다고 나섰다. 다루기 힘들다고 소문난 학생이었지만,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다. 음악을 같이하면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2학년이 시작되자마자, 김 교사는 학교에 안 오는 성양과 '전쟁'을 벌였다. 김 교사는 아침에 성양이 안 보이면 "왜 안 와" "빨리 와" "언능 와"하고 문자를 보냈다. 답이 없으면 올 때까지 10개씩 문자를 날렸다. 어쩌다 학교에 오면 매점 식권을 선물로 주면서 '폭풍 칭찬'을 했다.

"보통 선생님들은 제가 하루만 학교 안 나가도 '쟤가 원래 그렇지' 하고 당연히 생각하는데 채경 선생님은 달랐어요. 꼭 '무슨 일 있니?' 하고 물어봤어요. 엄마한테 먼저 연락하지 않고 저한테 직접 물었고요. 누군가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을 그때 처음 느꼈어요."

김 교사는 성양에게 방과 후 음악 동아리에 들어오라고 권했다. 평소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 성양은 '돈 내고 노래방 가는 것보다 낫겠지' 싶어 동아리에 들어갔다. 성양은 매일 방과 후 1~2시간씩 동아리에서 노래를 불렀다. 김 교사는 학생들과 어울려 직접 건반도 치고 드럼도 쳤다. 학생들이 남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는 '무대'도 만들어줬다. 첫 공연 장소는 지하철 개화산역이었다.

음악에 빠진 '일진'

마을 주민, 학교 학생 수십명 앞에서 성양은 노래를 불렀다. "처음엔 떨렸죠. 그래도 '나도 이런 걸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트레스도 풀리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3학년이 될 무렵, 성양은 다른 교사들이 깜짝 놀랄 만큼 변해있었다. 샛노랗게 염색한 머리는 까맣게 바뀌었고, 학교도 꼬박꼬박 나왔다. 친구나 가족과 싸우는 횟수도 줄었다. 대학에도 가고 싶어졌다. 항상 "할 수 있다"고 칭찬해줬던 김 교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성양은 고3 1년간 열심히 공부한 끝에 올 초 배화여자대학교 영어통번역과에 수시로 합격했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영어권 국가에 나가 돈도 벌고 사는 게 꿈이다.

김 교사는 "문제아라고 하면 '옛날에 너 그랬잖아' 하고 선입견을 갖고 보는데, 선생님은 그러지 말고 아이들을 꼭 믿어줘야한다"고 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大入 정보 사전 입수
靑 수석실이 만든 체육특기자 비리 근절 방안,국민에 공개 하루前 알게돼..수험생 학부모였던 최씨, 다른 자료도 받아봤을 가능성[한국]'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대학 입시...
조선일보, 광복70년 국민의식조사
[한국] 외국으로 이민을 가거나 자녀를 조기 유학을 보내기보다 우리나라에서 살고 싶어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은 학원 강사가 될 수 없도록 학원 강사 자격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 개정이 추진된다. 지난 2006년 성(性)범죄자의 학원 강사 취업을 금지한 데이어, 일반 범죄자 등도...
경기침체에 26만→22만명
[한국] 해외로 나가는 한국 유학생 수가 3년 연속 감소했다.교육부가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한 2014 국외 한국인 유학생 통계(대학생 이상)에 따르면, 한국인 유학생 수는 2008년 21만6867명, 2009년 24만949명, 2010년 25만1887명으로 꾸준히 늘어나면서 2011년에는...
교사 32%“절반도 이해못해”...시험 답안에도 "ㅊㅋㅊㅋ"
'버카충(버스카드 충전), 앵까네(거짓말하네), 핵노잼(무척 재미없다)….'학생들이 쓰는 이런 말 때문에 학교 선생님들이 당황하고 있다.뜻을 몰라 나중에 뜻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한국교총이 한글날을 앞두고 지난 1~6일 교총 회원인 전국의 교사 1443명(교장...
"수술 받아도 발음 교정 안돼"서울에 사는 취업 준비생 이모(26)씨는 지난주 충치를 치료하러 강남역 근처 A치과에 갔다. 그런데 의사가 치료 후에 "혀 수술을 한번 받아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씨가 어리둥절해 하니 의사는 "'r'과 'l' 발음이 정확해져 영어를...
4년 새 11만여명 급증19개월 아이 "엄마" 못 하기도인천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김모(10)군은 한국인 어머니와 파키스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귀화하면서 성을 김씨로 바꿨다....
지난 8월 전남 나주에서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고종석(23)은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중퇴했다. 또래들이 학교에서 한창 공부할 때 그는 각종 음란물에 젖어 살다가 결국 잔혹한...
경기 북부 지역에 사는 여섯살 A양은 아침만 되면 엄마한테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울음을 터트린다. 이유를 물어보면 "애들이 안 놀아줘서 심심하다"고 했다.내성적인 성격의 A양은 올...
[피아니스트 꿈꾸던 아이, 학교폭력에 인생이 산산조각]어딜 가든 '왕따 꼬리표' - 서울로 전학오자 놀림감 돼, 담뱃불로 지지고 침 뱉고…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에 숨어 아이 몸에선 늘...
세 살 때 부모 이혼, 중1 때 엄마 재혼, 폭행·절도죄 등으로 재판 4번, 전학 1번, 가출과 퇴학 위기….성희재(19·서울)양의 학창 시절이다. 초등학교 시절 평범했던 여자아이는 중학교 1학년...
"우리가 같이 좋은 일 하는 거야. 당신도 알고 있지?"27일 경기도 김포의 A병원 중환자실. 장재은(81)씨가 산소호흡기를 끼고 누워 있는 부인 최현숙(80)씨 귀에 대고 속삭였다. 최씨는 아무런...
학교 왕따→직장 왕따 - 직장동료에게 무시 당할까
15일 엽총을 난사해 옛 직장 동료를 살해한 충남 서산의 성모(31)씨는 학창 시절 왕따를 당해 심각한 충격을 받았고, 왕따 충격이 남긴 피해의식이 서른 살이 넘은 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
정부가 소득 하위 70% 가구에게만 지원해주던 0~2세 어린이집 보육료(월 28만6000원~39만4000원)를 다음달부터 고소득층을 포함한 모든 가구에게 지원하는 복지제도를 시행하자,...
시도 때도 없이 찰칵 찰칵, 도 넘은 휴대전화 횡포… 수업중엔 사용 못하도록 학칙으로 정하는 학교 늘어교사에 대한 '휴대전화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선생님 놀리기'를 검색하면 동영상 10여개가 뜬다. 학생들이 찍어서 올린 것이다....
[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 [4] 베이비붐 세대 사면초가돈 벌어 과외비로 쏟아붓고 비싼 등록금 허리 휘는데 퇴직은 코앞에 다가와자녀에 대한 책임감 강해 90%가 "결혼비용까지...
 1